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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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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하나에 줄서기 할 줄이야

    '블랙스완의 현실화'

    • 글.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검은 백조. 단어 자체가 모순이고,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가눈 앞에 나타난다면 그 충격과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가 벌어진 우리의, 아니 전 세계의 상황을 두고 ‘블랙스완’이라는 단어에 빗대어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콜레스트롤’과 경제 상황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인 ‘콜레스테롤’은 병명이 아니다. 어쩌다 몸에 들어온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니고 우리에게 찾아온 질병은 더더욱 아니다. 암처럼 DNA 변형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물질도 아니다. 그저 듣는 순간 거부감이 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심지어 없으면 죽는다. 우리 몸에서 쓰이는 콜레스테롤은 다음과 같다. 뇌의 90%가 콜레스테롤로 이뤄져 있다. 몸의 모든 세포를 감싸고 있는 세포막이 콜레스테롤이다.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막의 주성분(특히 근육)이 콜레스테롤이다. 이처럼 하는 일이 많고 중요하다 보니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직접 만든다. 우리의 첫 번째 오해는 콜레스테롤이 해롭다는 것이고 두 번째 오해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85% 정도가 생성되며 우리가 달걀노른자나 새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5년마다 발행하는 미국영양학회의 식사 지침 가이드라인에서 위험 영양소 목록에서 콜레스테롤이 빠졌다.(환자혁명 인용) 1961년 미국영양학회에 의해 고정 위험 요소로 분류된 이래 60년 만에 불명예를 벗으면서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고지혈증, 심장마비, 혈관 질환의 상관관계가 없어졌다. 콜레스테롤이 질병의 대명사에서 생존의 필수품으로 탈바꿈한 것은 불과 최근에 와서다.
경제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다. 누구도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를 지금처럼 공포로 몰아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피가 흐르지 않아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처럼,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코로나 19에 막혀 있다. 코로나 19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보다 제대로 알고 예방, 대응해야만 경제에도 조금씩 혈기가 돌고 생존을 위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블랙스완(검은 백조)’의 공포가
재조명받고 있다

‘블랙스완’의 공포 속 화두로 떠오른 ‘인간안보’

‘예상 밖’ 코로나 19의 확산세에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불확실성이 파생하고 삶의 모든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실생활에서 가깝게는 마스크 구입을 위한 줄서기 일상화, 초중고 개학 4월 연기 사태,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일상 곳곳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명 이상 모임을 피해라.”라고 대통령이 지침까지 만들었다.
앞서 2003년 사스 사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거쳐 간 여러 전염병도 그러했다. 그것이 경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만 달랐을 뿐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블랙스완(검은 백조)’의 공포가 재조명받고 있다. 블랙스완은 거의 일어나기 어렵지만 한번 터지면 경제와 시장에 돌이키기 어려운 심각한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회색 코뿔소’가 당연히 알아채야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서도 못 본 척하는 위험을 말하는 데 반해, 블랙스완은 우리 인간의 예측능력을 한참 벗어난다. 블랙스완은 나심 탈레브가 이를 제목으로 한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나심 탈레브는 그의 저서에서 블랙스완의 예로 유럽에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1987년 주식시장 붕괴, 인터넷 발명, 급진적인 이슬람 운동의 확산, 각종 파생 상품과 신용 거품, 리먼 브라더스 파산, 금융위기 등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예상하기 힘들뿐더러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이벤트였다는 점이다.
코로나 19도 이와 같다. 뜻밖의 위기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제로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떨어뜨렸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대응하고 있다. 감염병의 속성상 언제 끝날지 모르고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위협에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경 간 이동도 차단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인간안보’도 다시 화두로 떠오른다. 인간안보는 1994년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새로운 안보개념으로 제시했다. 인간안보는 정치·경제·군사·식량·인권·보건·환경 등 다양한 안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냉전체체 종식 이후 국가적 의미의 안보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국가의 보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코로나 19 등 일련의 전염병 사태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안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19 초기 방역 실패를 빗대 인간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