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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코로나19의 위기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

    • 글.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코로나19 이전의 삶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코로나19의 경제위기, 삶의 변화,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짚어본다.
코로나19 경제위기: 단상

요즘 국내외 금융시장 지표들을 보거나 주말에 시내 구경을 나가 보면, 우리가 정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 있는가 하는 생각에 갸우뚱해진다. 코스피 주가지수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작년 12월 초순의 수준을 회복했고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붐비는 맛집 식당들도 제법 많아졌다. 이러한 시장의 모습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대규모의 확장적인 정책들을 과감하게 집행하여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부족이 해소되고 긴급재난지원금과 연결된 소비 수요가 급증한 데에 따른 것이므로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보다 사업하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기업인들의 탄식과 우려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물론 주가 움직임처럼 경기도 곧 반등하여 회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의 위기를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초래했고 이에 따른 방역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아직 백신이나 치료법이 언제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에 대해 낙관하기만은 어려울 것 같다. 과거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에서 단기적인 경기의 급등락이 몇 번씩 반복되는 모습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경기의 반등 과정에서의 기회나 경기 회복 이후에 실시된 출구전략이기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리스크에 대한 평가, 그리고 대응방안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미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가 경험했던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가 급격한 수요 위축의 모습으로 나타났었다면, 지금의 위기는 공급의 위축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수요의 위축과 결합되면서 그 충격과 여파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노동 이동의 중단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들의 공급 위축을 야기하고, 각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노동의 이동을 제약하는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생산 차질이 심화되고 결국 수요까지 위축되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과 유사한 악순환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에 발표된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올해에 세계경제가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경제들은 공급 충격에 따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올해에 평균적으로 –6.1%의 성장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IMF의 전망마저도 매우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IMF의 전망이 전제하고 있는 ‘금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GLOBAL ECONOMY] 2019:2.9 2020:-3.0 2021:5.8, [ADVANCED ECONOMIES] 2019:1.7 2020:-6.1 2021:4.5, [EMERGING MARKETS & DEVELOPING ECONOMIES] 2019:3.7 2020:-1.0 2021:6.6 자료: IMF (2020)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최근에는 국가 간 교역이 빠르게 위축되는 조짐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실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상당히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올해에 글로벌 교역량이 15% 정도 급감할 수 있겠지만 내년에는 빠르게 회복하여 2010년대 후반의 증가 추세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실제로 주요국들의 수출 급락이 통계로 확인되면서 올해에 30% 정도의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기존의 증가 추세를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훨씬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WTO의 시나리오별 글로벌 교역 전망>
140 130 120 110 100 90 80 70 60 50 40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1990-2008 추세선 2011-2018 추세선 낙관적 비관적 주: 교역량은 수출과 수입의 평균치. 2020년 이후는 전망치. 기준연도는 2015년 (2015=100) 자료: WTO (2020)

이와 같은 교역의 위축은 경제의 조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질서의 변화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경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탈세계화(De-globalization)의 급진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 간 이동의 통제 등 각국 정부가 대내외로 방역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강의 및 재택근무 등의 방식을 통해 디지털화가 확산되고, 저임금 개도국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제약도 많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이 증가하는 등 탈세계화의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화와 탈세계화의 급진전이 상호 작용을 거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 약화되고 끊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해 GVC의 약화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각자도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GVC의 붕괴 추세가 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경제 질서의 가장 큰 축으로서 중국 등 신흥국들을 글로벌 체제에 편입 시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빈곤국들의 소득 향상에 GVC가 기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의 약화나 붕괴는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상당한 불확실성과 각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와 한국 경제

그러면, 우리 경제에 코로나19 대유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미 서비스업과 소비재 관련 산업이 먼저 충격을 받았는데, 제조업과 수출 부문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수출이 2월부터 4월까지 평균으로 10% 이상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제조업의 생산과 고용에 대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최근의 소비 회복 조짐을 감안할 때 낙관적인 전망의 여유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고용 사정과 더불어 교역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전망이 불확실한데, 주요 기관들의 금년 성장률 전망은 IMF의 -1.2%를 중심으로 해서 거의 0% 이하의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경제전망이 그리 편안한 모습은 아니었다. 올해에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서 성장률도 조금 높아지는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로 내수 위축이 진행되고 생산성도 낮아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고 있었다. 주요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우리의 대부분 산업들은 기초과학 등에 기반을 둔 기술 혁신의 준비 부족과 중국의 추격 등으로 인해 기술 경쟁력을 잃어가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도 약화되면서 성장률이 꾸준히 낮아지는 모습으로 전망되었었다. 경제의 장기 전망은 경제를 둘러싼 환경과 경제가 보유한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우리 경제의 경우 환경과 역량의 변화가 모두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되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등장한 것이 GVC의 단절인데, GVC에 대한 참여도가 가장 높은 우리 경제가 GVC 단절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디지털화를 다시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탈세계화가 거의 1~2년 만에 진행되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방향의 환경 변화를 단기간에 경험할 것을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경제, 우리 산업, 우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에 바탕을 둔 경쟁력은 아직 쇠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어느 경제이거나 위기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수요는 존재하며, 그 수요를 가장 경쟁력 있게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과 국가가 위축된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더 견실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은 우리 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국내외 시장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혁신과 도약의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물이 데워지는 것도 모르고 냄비에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아니라, 아직 풀어지지 않은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끓는 냄비에서 뛰쳐나올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방향

앞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 꾸준한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는 우리의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우선, 현재의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외환 및 금융위기로 확산되어 경쟁력 있는 기업이 퇴출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의존적인 신흥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바이러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신흥국 경제 불안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단기 자본 유출입을 통해 우리 경제를 추가로 위협하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의 외환 건전성은 양호한 상태이지만, 다양한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과의 통화스왑 만기연장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해 둘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의 금융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초기의 과감한 정책 대응을 통해 급격한 기업 부실화는 피했지만,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제조업 및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의 부실화가 빠르게 확대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업들의 문제가 금융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어 견실한 기업들의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기업의 정리 및 회생과 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해 둘 필요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금번 위기로 인한 우리 경제의 생산성 손실 최소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책들의 조합을 정교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경쟁력은 스스로가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키워지는 것이며, 정책적인 지원이 민간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와 등교 중단, 연기 등이 반복되면서 교육을 통한 개인의 생산성 제고 또는 인적자본 축적의 경로가 붕괴되는 상황을 정부가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존 지원정책 체계에 대한 효율성 관점에서의 구조조정과 혁신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요구된다. 특히 의료 및 교육 등 서비스업 규제개혁을 위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리더십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휘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미래의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높아진 보호무역주의의 벽을 뚫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 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금융감독의 관점에서도 정책의 일차적 방향은,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금융 규제를 다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개혁해 나감으로써,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포용 성장을 추구하는 금융 당국의 보다 근본적인 의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