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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인사이드
브레인 샤워
  • 당신의 뇌를 깨워 줄, 브레인 샤워

    약혼자의 비밀

    • 글.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 2단계』, 비전코리아, 2016.
  • 바야흐로 창의력의 시대. 활발한 두뇌운동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바탕이 된다. 잠깐의 휴식시간동안 당신의 뇌를 깨워줄 추리퀴즈를 매 호 소개한다.

친구의 부탁

올리버 제임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수업에서 로리 헤이스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절친한 친구로 지내왔기에, 로리 헤이스가 어느 날 오후 자신을 초대한 일에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좀 특이하게 로리 헤이스는 올리버 제임스에게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상한 일이 없나 살펴달라’고 했다.
올리버 제임스가 로리 헤이스와 그의 약혼녀 사브리나 퍼먼과 함께 한동안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아, 왔군.”
로리 헤이스가 말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몇 분 후 키가 크고 당당한 이십 대 중반의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키어, 내 약혼녀 사브리나 퍼먼을 소개할게. 그리고 이쪽은 대학 친구 올리버 제임스, 이탈리아 북동부 르네상스 건축 디자인 수업에서 처음 만났지. 올리버, 이쪽은 키어 존스야. 같이 일한 지 육 개월쯤 되었어. 기술 쪽으로 완전 천재야. 거의 마법사 같다니까.”
“로리가 참 상냥하죠.”
키어 존스가 말했다.
“두 분 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브리나 퍼먼이 미소 지었다.
“여름에 사무실에서 잠깐 만났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존스 씨. 로리가 크라운 개발 모형을 보여줬죠.”
“아, 네, 그랬었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었어요.”
“필요한 석판 분량 때문에 여러 모로 안달하느라 그랬지, 내 기억으론.”
로리 헤이스가 말했다. 웃음을 터트리며 키어 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끔찍이도 엄청난 양이 필요했는데 어디서 구해야 할지 난감했지. 제임스 씨도 건축가이신가요?”
“올리버라고 불러요. 그리고 네, 대체로는요. 현재로선 아버지 회사의 디자인 일은 다 제가 맡고 있지만, 아버지가 다른 일까지 같이 떠맡기려 드셔서.”
“커피 가져올게요.”
사브리나 퍼먼이 말하고 우아하게 일어나 방을 나섰다.

즐거운 대화

“그 상황 이해합니다.”
키어 존스가 올리버 제임스에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하고 저도 의견이 딱 맞지 않거든요. 아버지는 이제쯤이면 제가 결혼해서 손자들을 낳아주어야 한다고 여기십니다. 도무지 뭐가 그리 급한지.”
“부모님은 우리를 괴롭히려 존재하시는 분들이야.”
로리 헤이스가 말했다.
“자식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시기가 지나가면 말이지. 우리 아버지는 한 번은 내가 집에 두고 온 장난감 오리를 들고 학교에 나타나셨어. 분명 의도적이지. 그 빌어먹을 것을 높이 치켜들고 꽥꽥 소리를 내며 태연하게 교실로 성큼성큼 들어오시지 뭐야. 꽥꽥거리며 곧장 내 자리로 다가와서는, 기사 작위를 내리는 왕처럼 아주 진지하게 나한테 그 오리를 하사하셨어. 그러고는 빙글 돌아서 다시 성큼성큼 나가셨지. 난 일곱 살이었어. 상상할 수 있겠지만, 학교 친구들이 그 한 해 동안 내내 나한테 꽥꽥거리고 놀려댔어.”
“네가 그렇게 자란 것도 당연하네.”
사브리나 퍼먼이 쟁반을 들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미친 사람으로.”
“난 미친 놈 아니야.”
로리 헤이스가 짐짓 격분한 척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라고.”
올리버 제임스는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사브리나는 너를 상당히 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사브리나 퍼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올리버, 커피 어떻게 드신댔죠?”
“그냥 크림만요, 고맙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올리버 제임스에게 커피를 따라 건네주고, 다른 두 명에게도 각자 잔을 건넸다.

약혼녀에 대한 의심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모르니 신경 써야죠.”
“누가 우리 아버지에게도 미리미리 그런 말 좀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로리 헤이스가 말했다.
“난 아직까지도 오리 곁에 가질 못하겠어.”
“그래서 불편한 일이라도 있어?”
키어 존스가 궁금해하는 얼굴로 로리 헤이스를 쳐다보았다.
“아니, 전혀. 사실 오리 키우는 사람들하고 어울릴 일이 없으니.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내가 도울 수 있겠네. 청둥오리 키우는 사람을 알거든. 너하고 같은 방에 넣어놓을 수 있게 오리 몇 마리쯤은 흔쾌히 빌려줄걸.”
올리버 제임스의 말에 로리 헤이스가 신음 소리를 냈다.
“으윽. 올리버, 너마저도?”
화기애애한 몇 시간이 지나고 로리 헤이스는 올리버 제임스를 배웅하기 위해 문까지 따라 나왔다.
“그래서….”
그가 말을 꺼냈다.
“내가 맞혀볼게.”
올리버 제임스는 조용히 말했다.
“넌 사브리나와 키어가 너 몰래 눈이 맞은 건 아닌가 우려하는 거지?”
로리 헤이스는 갑자기 처량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음,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만, 둘이 널 두고 그랬다면 정말 놀랄 일이야. 둘 다 널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거든. 하지만… 이게 정말 별일 아닌 경우일 수도 있다는 건 우선 말해두겠는데 사브리나는 키어와 잘 아는 사이면서 아닌 척하고 있긴 해.”

올리버 제임스
특징
관찰력이 뛰어나며 사소한 것에서도 단서를
잘 찾아내는 건축가. 특기를 살려 친구들을 돕는다.
Hint 올리버 제임스는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거꾸로보는 정답

사브리나 퍼먼은 약혼자인 로리 헤이스가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리버 제임스에게는 어떻게 해줄지 물어보면서 키어 존스에게는 묻지 않았다. 사브리나 퍼먼이 키어 존스의 커피 취향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고, 이는 키어 존스와 더 친숙한 사이임을 암시한다. 사실 그녀와 키어 존스는 사무실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이래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바로 로리 헤이스의 다가오는 스물다섯 살 생일에 요란한 깜짝파티를 해주려고 그 준비 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