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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진화하는 금융
  •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에 따른

    금융소비자 편의성과
    금융회사의 변화

    • 글.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오픈뱅킹(Open Banking)은 은행의 결제망이나 고객 정보를 다른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제도다. 참여하는 은행이나 핀테크 회사의 앱 하나만 깔면 모든 은행 계좌에서 송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객의 동의를 바탕으로 핀테크 기업 등 제3자 서비스 제공기관(Third Party Provider)이 고객 계좌에 접근하여 고객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의 오픈뱅킹, 어디까지 왔나

금융 결제 및 데이터 분야는 금융뿐 아니라 실물경제 및 대외 인프라 전반에 걸쳐 연결성과 파급력이 큰 영역이다. 이에 따라 금융혁신의 핵심기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IT 및 모바일 기술과 결합하면서 금융 결제·데이터의 파급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결제 및 데이터 인프라의 폐쇄성으로 인해 금융산업 혁신 추진에 근본적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금융 결제 인프라 및 고객 데이터 개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 정부는 2019년 2월 ‘금융 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오픈뱅킹 도입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이어 8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10월 은행권부터 시범 실시하였다. 10개 은행으로 시작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안착되는 모습을 보이자 2019년 12월부터 오픈뱅킹을 전면 도입하였다.
한국의 오픈뱅킹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여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개별 계약으로 운영되는 외국과 달리 운영기관(금융결제원)에서 이용기관과 제공기관을 중개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개별 은행과의 제휴가 없어도 오픈뱅킹 공동업무 시스템에 접속하여 전체 참가은행에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영국, 호주 등은 단순 조회형 API 중심으로 오픈뱅킹을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은 입출금 기능의 실행형 API까지 포함하고 있다. 은행들이 단순히 계좌 제공기관으로만 기능하지 않고 이용기관으로도 참여하여 오픈뱅킹을 적극 주도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를 향한 고도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은행 위주의 참가 금융회사를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까지 늘리는 한편 제공 기능도 확대해 예·적금 등 보유자산 조회·이체뿐 아니라 대출이나 연금 관련 API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라 새로 도입된 마이데이터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해외의 오픈뱅킹 사례

해외 여러 나라 중에서도 영국은 가장 선제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행한 국가다. 영국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고객 계좌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API 표준을 설정 시행하였다. 영국에서는 이미 2011년부터 은행이 보유한 고객계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마이데이터(Midata)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EU도 오픈뱅킹에 적극적이다. 유럽 은행감독청은 지급결제 서비스 및 서비스 업체 관련 규제인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 2)를 2015년 12월 공식 발표하고 2018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 API를 핀테크 기업에 수수료 등 차별 없이 제공토록 의무화하였다. 또한 2018년 5월부터 시행 중인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에서는 ‘개인정보 이동권’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거래은행에 대해 자신의 정보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로 오픈뱅킹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존의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에서 탈피하여 금융데이터 공유를 위한 API 표준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2009년 법 개정을 통해 오픈뱅킹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였으며, 이해당사자 간 자발적인 협약을 바탕으로 오픈뱅킹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픈뱅킹은 이미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이미 금융부문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오픈뱅킹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올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금융소비자에게 편리한 오픈뱅킹

오픈뱅킹의 흐름이 금융시장과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하나의 앱만 설치하면 금융 플랫폼을 통해 모든 종류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니 당장 금융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결제·송금은 물론이고 대출, 지출 분석, 상품 비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을 통한 손쉬운 상품 비교가 가능해짐에 따라 간편한 자산관리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자산 형성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을 활용한 편리한 금융서비스는 생각보다 다채로울 수 있다. 영국의 사례를 찾아보면 오픈뱅킹이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사기, 학대 등을 감시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Kalgera, Toucan 등의 앱은 오픈뱅킹 시스템을 이용하여 특정인의 모든 은행거래를 감시한다. 취약계층의 사람이 보호자나 후견인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종종 커다란 부담이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위임장을 받아야 하거나 번거로운 서류 작업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한편 보호자나 후견인 등을 통한 경제적 착취 문제가 오히려 발생할 수도 있다. Kalgera, Toucan 등의 앱은 감시만 가능(view only)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취약계층 금융소비자들의 금융거래를 모니터링하고 AI 등의 분석을 활용함으로써 이상거래 징후를 보다 쉽게 찾아내는 장점도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은 심화하고, 금융혁신은 가속화

오픈뱅킹은 금융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에게는 경쟁을 심화시킨다. 결제망 개방을 넘어 종합 금융플랫폼의 출현으로 연결되며 은행과 핀테크의 구분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다양한 금융회사들과 금융 플랫폼들이 경쟁하면서 금융혁신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도 많아진다. 금융서비스의 비용은 낮아지고 효율은 더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에게는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금융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 은행권에 의존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픈뱅킹을 활용한 앱들이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것은 이러한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오픈뱅킹이 은행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들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간편송금, 간편결제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하여 다른 은행들은 물론 핀테크 기업과도 직접 경쟁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핀테크 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뱅킹(banking as a platform)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HSBC, BBVA, 미즈호 은행 등은 빠르게 플랫폼 뱅킹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사례이다. 한국의 대형 은행들도 플랫폼 뱅킹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모바일 뱅킹 앱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플랫폼 뱅킹이 기존 은행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에는 빠르게 성장한 핀테크 기업이 자체적인 오픈 API를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혁신과 변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중심적인 플랫폼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핀테크 기업은 은행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의 파트너이자 은행의 새로운 고객이 되기도 하며, 오픈뱅킹을 주도하는 주체로도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환경의 변화와 금융감독의 과제

이처럼 오픈뱅킹은 새로운 금융서비스, 새로운 금융회사를 계속해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부문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오픈뱅킹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올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더욱이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오픈뱅킹으로 인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비대면·비접촉 수요가 커지는 것과 함께 디지털 금융환경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의 확산이 오픈뱅킹과 맞물리면서 금융환경을 급변시킴에 따라 금융감독 업무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산업에서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개별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 및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금융 부문의 경쟁과 안정성 간의 관계는 오랜 논쟁의 대상이며 완전히 결론이 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가 금융안정성 저해로 연결될 가능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오픈뱅킹 및 비대면 금융 확산에 따라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 심화가 두드러질 경우 이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오픈뱅킹의 확산에 따라 금융상품 사이는 물론 금융회사 간에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금융회사를 통한 중개보다 금융시장을 통한 중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감독당국의 긴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처가 요구된다. 오픈뱅킹 및 핀테크 발전에 따라 사용이 증가할 클라우드 사용의 집중 위험을 완화하고 사이버 리스크 등 운영 복원력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 보호나 사이버 보안에도 이전보다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