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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진화하는 금융
  • 이제는 구독의 시대,
    구독경제를 구독하라

    • 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
  • 구매가 아닌 구독의 시대다. 우유나 신문을 매일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가 생필품을 비롯해 자동차, 매거진, 미디어 콘텐츠 등까지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구독경제’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렇듯 경제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구독경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구독경제의 시대적 의미, 구독경제의 유형 및 명암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구독경제란 무엇일까?
애플 사이트 캡쳐
우리는 예전부터 구독경제의 구독자(소비자)

요즘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있다. 바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또는 “구독 부탁드려요~” 이다. 사실 우유, 신문, 잡지 등의 ‘구독’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구독은 영어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라고 부르는데, 영어사전을 보면 구독 이외에도 기부금, 가입, (서비스) 사용 등의 뜻도 있다. ‘구독(購讀)’을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사서 읽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구독’이 지금 경제 비즈니스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이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로 쓰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구독 서비스 회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은 시가총액이 1조 달러(한화 약 1,200조원)가 넘는 전 세계 1~4위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가 총액 1위로 등극한 테슬라도 ‘FSD(Full Self-Driving) 옵션’을 올해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이 구독경제 비즈니스모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의 규모는 올해 약 630조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독경제 모델은 ‘무제한 이용’, ‘정기배송형’, ‘렌털형’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무제한 이용형 모델은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 및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하는 것으로 스트리밍 영화, 음악, 게임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구글, 애플 등이 대표적인 회사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도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일정금액을 내고 통신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특정요금제 선택 시 통화,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는 상품도 있으니, 스마트폰 통신요금도 무제한 이용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 및 언택트의 확대로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무제한 이용형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였다. 정기 배송형 모델은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정기배송 받는 모델로서 생활용품, 신선식품, 신문 등이 있다. 렌털형 모델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제품을 빌려서 사용하는 모델로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전자제품 등이 있다.
특히, 최근 국내 렌탈형 모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렌털시장 규모는 올해 약 40조 원가량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독경제가 경제 트렌드가 된 이유는?

구독경제가 경제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발전, 경제의 저성장에 따른 효용성 중시, 소비 주체의 변화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의하면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 수는 6,767만 9,140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이다. 즉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의 발전으로 인하여 언제든지 스마트폰만 열면 제품과 서비스를 바로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발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어 구매력이 예전과는 다르지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 선호도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하여 제품이나 물건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구독하여 사용 및 경험하는 것으로 경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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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는 어린 시절에는 인터넷을 접하였고 청소년 시절부터는 모바일(핸드폰)을 사용하고, 물질의 풍요를 누린 듯하지만 실제적으로 경제 저성장을 경험하였다. 우리나라의 밀레니얼세대는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대로 ‘경제 성장’보다는 ‘경제 위기’라는 말이 익숙하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에 가격 대비 제품 성능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에 관심이 많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중시하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꼭 구매하여 소유하기보다는, 적은 금액으로 물건을 사용(경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즉, 구독경제는 소유에서 이용(경험)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반영된 사례가 바로 구독경제 시대의 대표 비즈니스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넷플릭스(Netflix)이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일정액을 지불하면 영화와 TV 프로그램과 같은 각종 동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다. 2019년 전 세계 가입자가 약 1억 5,000만 명을 넘었고, 코로나 등의 여파로 올해 가입자가 1억 9,295만 명을 넘어섰다. 구독경제의 대표 모델로 소개되는 넷플릭스는 1990년대에 저렴한 단일 월별 요금으로 DVD 대여를 무제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보고 싶은 영화 제목(DVD)을 대여 희망 목록에 등록해두면, 지정해 놓은 장소로 DVD가 우편 등을 통해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월정액으로 한번에 3개 정도의 DVD를 렌털할 수 있다. DVD는 대여 기한 및 연체료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다음 DVD를 대여하려면 이전 DVD의 반납이 확인되어야 한다. 넷플릭스는 1990년대에도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였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DVD가 자체 제작 동영상이 되었고, 우편과 배달이 온라인이 되고, 희망목록이 AI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여 추천해주는 것’으로 진화하여 세계적인 미디어 왕국이 된 것이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실시간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것도 DVD 한 개 구매할 가격으로 말이다. 즉, 소유하지 않지만 마음껏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 세상이 온 것이다.

세계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장 규모 (단위 : 달러)
2020년 5,300 억 / 2015년 4,200 억 / 2000년 2,150 억 자료 : MGI리서치·중소기업연구원
구독경제에 빠진 금융사들과 대기업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와브는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자문 서비스를 월정액 방식으로 전환했다. ‘투자자문업 최초의 구독경제 사례’라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금융 구독 서비스 제공이 활발하다. 프랑스의 경우 프리랜서들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자사의 앱 하나만으로 모든 은행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뱅킹 구독 서비스를 프리랜서와 1인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카드사 및 증권사 등도 발 빠르게 구독경제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각종 구독료가 할인되거나 각종 구독 관련 포인트를 주는 카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구독경제 관련 회사만 투자하는 ‘구독경제 펀드’도 시중에 나왔다.

유튜브, 왓챠 사이트 캡처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 카드사 중 한 곳은 올해 초 ‘구독경제부’를 신설하고 구독 경제와 관련한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벤치마킹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올해 6월 1일에 출시하였다. 아마존프라임은 구독경제의 클래식 비즈니스모델로서 월 13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상품 구매 시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료 없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구독자는 스트리밍 음악, 비디오, 책 등의 구매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2019년 말 1억 5천만 명으로 연 구독비(가입비)로 벌어들이는 금액만 52억 달러(약 6조 4,246억 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구독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만 하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월마트가 아마존프라임에 대응하기 위해서 ‘월마트 플러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더니 주가가 당일 약 7% 상승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출시 후 ‘라이트 이용자’ 월평균 결제액은 멤버십 가입 후 한 달 만에 209% 급증하였다. 카카오도 구독경제 진출을 위해서 구독 서비스 경력자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구독경제의 발전, 생각지 못한 위험

구독경제의 발전으로 소비자는 저렴한 금액으로 다양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한다. 하지만, 과도한 구독 서비스 이용은 불필요한 소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매월 발생하는 구독료가 저렴하다고 계획 없이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락인(lock-in) 효과 등으로 인하여 큰 소비로 연결될 수도 있으니, 중복되는 구독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가족이나 연인끼리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의 ‘다크넛지(dark nudge)’로 인하여 필요하지 않은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어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원래 ‘넛지(nudge)’는 ‘옆구리를 툭 치듯이 부드럽게 다른 사람의 선택을 돕는다.’는 의미인데, 최근 음원 사이트, 동영상 사이트 등 각종 사이트에서 1~2개월 무료 이용 기간이라고 유인, 가입 후 무료 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용료가 자동결제 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기업의 비즈니스 행태를 ‘다크넛지’라고 부르곤 한다. 이외에도 구독경제 시대에서는 구독 서비스 자동결제 및 약관과 관련된 불만과 다툼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금융권의 구독경제와 관련되어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이슈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밀리의 서재, 꾸까 사이트 캡처
기업들의 75%가 구독 서비스 제공

다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현재 비즈니스모델은 1인 세대의 증가, 고령화, 환경오염, 미니멀 라이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증가 등의 이유로 초개인화 된 맞춤형 생산을 근간으로 하는 구독경제로 변화 될 것이다. 구독경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재고만 소진하면 끝이던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구독경제는 소유에서 이용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3년이 되면 기업들의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가트너의 발표도 있었다. 구독경제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