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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금융트렌드
  • 은행들의 초개인화 뱅킹,
    어디까지 왔나?

    • 글.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 플랫폼 경쟁력이 정보기술(IT) 기업만의 과제인 시대는 지났다. 빅블러(Big Blur) 현상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가속화로 산업 생태계 전 분야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장 활발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영역으로는 금융이 꼽힌다. 그간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제공되던 금융서비스가 모바일로 가능해졌고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 주식을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의 서막

디지털 금융은 이미 해외에서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오픈뱅킹 산업은 2018년 72억 9,000만 달러(약 8조 6,969억 원)에서 2026년 431억 5,000만 달러(약 51조 4,779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금융시장은 핀테크(Fintech)와 테크핀(Techfin)을 넘어 ‘빅테크(Big Tech)’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빅테크란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가파(GAFA)’로 불리는 구글·아마존·메타(페이스북)·애플이, 중국에서는 ‘바트(BAT)’로 칭해지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빅테크 대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의 성향이 뚜렷한 분야다.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는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독점 이윤을 창출하게 한다. 어떤 기업이 한 번 시장을 독점하면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 업체는 무한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 같은 전략의 대표적 승자로 거론된다. 아마존은 이미 북미 유통 시장의 50%, 구글이 검색 엔진의 90%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그룹들도 강력한 플랫폼 기반을 무기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빅테크에 참여하며 플랫폼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1위 금융그룹 지위를 두고 다투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넘버원(No.1)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애플리케이션(앱·APP) 경쟁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각 사 핵심 앱의 경쟁력을 빅테크에 견줄 수준으로 끌어올려 리딩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그룹의 플랫폼 사업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뱅킹 앱을 중심으로 한 ‘슈퍼 앱’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전문 은행들은 1~2개의 앱만 운영하고 있다. 작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별도 앱을 만드는 대신 기존 토스 앱에 은행 서비스를 얹는 원(One) 앱 전략을 내세웠다. 별도 앱 개발이나 창구가 없어 절감되는 운영 비용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슈퍼 앱으로 통합되는

금융 플랫폼

먼저, 토스는 앱 하나로 모든 금융 거래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토스 앱의 2,000만 사용자를 흡수한다는 복안이다. 토스증권도 새로운 앱이 아닌 기존 토스 앱에 들어가 탭만 달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단 한 개의 앱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뱅킹과 개인뱅킹을 나눈 두 개 앱뿐이다.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고객 확보를 위해 수십 개의 앱을 쪼개 출시했던 전략 방향을 수정 중이다. 다양한 앱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앱을 정리하는 식의 ‘앱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앱 개편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원스톱 뱅킹’과 ‘종합 금융 플랫폼’ 구현이다. 기존의 단순한 금융 업무만 보던 뱅킹 앱에서 다양한 금융·비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MZ세대를 잡는 등 디지털 고객 기반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도 새로워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스타뱅킹을 KB금융그룹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확장형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국민은행 내 흩어진 앱뿐 아니라 그룹 6개 계열사 핵심 서비스도 탑재했다. 오는 7월부터는 그룹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의 보험상품 조회, 납입 보험료 조회 등 40여 개 금융서비스도 스타뱅킹에 담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신한S뱅크’, ‘써니뱅크’, ‘스마트실명확인’ 등 6개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 앱 ‘신한 쏠(SOL)’을 출시했다. 현재 쏠의 UI(사용자 환경), UX(사용자 경험)를 디지털 고객의 성향을 반영해 개선하고 초개인화 마케팅을 더해 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뉴 앱(New App)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배달 앱 ‘땡겨요’를 중심으로 생활 금융 플랫폼화에 속도를 더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2020년 8월 모바일뱅킹 앱을 전면 개편해 하나의 앱에 전 계열사 금융서비스와 생활밀착형 제휴서비스를 담은 ‘뉴 하나원큐’를 선보였다. 현재 하나원큐를 원 앱·슈퍼 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2019년 8월 내놓은 새 모바일뱅킹 앱 ‘우리원(WON)뱅킹’에 우리페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원스톱 서비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7개 앱을 2024년까지 ‘NH스마트뱅킹’, ‘NH기업스마트뱅킹’, ‘올원뱅크’ 등 3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초개인화 뱅킹을 실현하는

서비스 각축전

금융그룹들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을 활용한 ‘초개인화 뱅킹’을 내세워 플랫폼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나 빅테크 기업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전면 시행된 마이데이터 서비스 기반의 맞춤형 자산관리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의 편의성과 MZ세대 고객의 수요에 대응해 앱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구성하고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각 은행은 기존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직관적인 UI·UX(사용자 환경 및 경험)를 구현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와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도 은행들의 중점 추진 사항이다.
국민은행은 실물자산과 신용을 관리하는 ‘금융플러스’, 집단지성 활용 자산관리 ‘머니크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MZ세대를 겨냥해 카드, 페이, 멤버십 등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한눈에 제공해 자투리 자금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 모아보기’ 기능을 담았다. 하나은행 ‘하나합’은 기존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및 외환투자 전문 컨설팅을 모든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핵심이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우리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결혼, 출산, 자동차, 주택, 조기은퇴 등 8가지 상황에 맞게 내 자산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미래의 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금융그룹들의 플랫폼 전환을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히 산적한 점은 금융권의 고민이다. 그간 금융사들은 각 협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장 진출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계열사 간 정보공유 제한, 금산분리, 전업주의 규제, 겸영·부수 업무 범위 제한, 계열사 상품의 판매 비중 제한 등의 규제가 플랫폼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빅테크들이 ‘디지털 혁신’을 내세워 금융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자 강력한 규제의 적용을 받아온 기존 금융회사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왔다.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진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사들의 플랫폼 혁신을 위한 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새 정부는 금융회사의 디지털화·플랫폼화 지원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 금융·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및 자회사 투자 범위를 정보기술(IT)·플랫폼 비즈니스까지 확대하는 등 빅블러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금융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빅테크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사례에 맞춰 규율체계를 정비한다. 동일기능·동일규제원칙 적용,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행위 규제 정비, 부당한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 강화 등 금융분야 빅테크에 대한 새로운 규율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불균형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T 인력난도 금융권의 고민이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폭발적인 개발자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전통 금융권은 ‘IT 개발자들 무덤’으로 불릴 만큼 경직된 조직문화로 기피 성향이 강하다.
국내 디지털 금융의 양적성장과 질적성장이 동반되기 위해서는 시대에 부합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과 소비자 보호가 필수적이다. 금융사는 고객관리 노하우와 금융상품 데이터를 디지털에 차별적으로 녹여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별 금융소비자가 자신에 최적화된 맞춤형 금융상품을 편리하게 비교하고 조회할 수 있는 ‘고객 중심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마존과 같은 대형 빅테크에 잡혀 플랫폼 시장에서 잠식하느냐, 또 다른 혁신적인 기업이 돼 플랫폼 금융 미래를 펼쳐가느냐의 갈림길로 귀결된다. 결국 국내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문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은행이 설립된 지 120년이 지났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서 고객의 선택은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중심형 플랫폼’에 해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