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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인사이드
배틀트립
  • 전통미 넘치는 서울
    VS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파리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Seoul). 프랑스의 수도, 파리(Paris). 이 두 도시는 닮은 점이 꽤 많지만 차이점도 극명하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서울은 인정이 넘치는 도시이고, 파리는 톨레랑스(관용)가 통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톨레랑스’란 한 마디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다. 이 같은 ‘톨레랑스 정신’이 오늘날 개성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도시인 파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경복궁의 법전, 근정전

근정전은 경복궁의 중심 건물로 왕의 즉위식이나 문무백관의 조회, 외국 사신의 접견 등이 이뤄졌던 곳이다. 근정전 앞마당인 조정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정1품부터 종9품에 이르는 품계석이 박혀 있다. 근정전을 받치고 있는 월대에는 사신(청룡, 백호, 현무, 주작) 조각상, 개와 돼지를 뺀 십이지신 조각상 등이 있다. 근정전 안에서는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악도와 함께 황금색 칠조룡(발가락이 일곱 개인 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근정전 뒤에 있는 사정전은 왕의 공식적인 집무실이다. 여기에는 세종대왕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세종대왕 시절 매일 새벽에 열리던 어전회의인 ‘상참’에 세종대왕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석을 했다. 당시 우의정이었던 류관은 세종대왕에게 “주상께서 매일 회의에 나오려면 피곤하실 텐데 격일로 어전회의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건의를 했다. 그러자 세종대왕은 “우의정이 매일 입궐하기 힘이 드는가 본데 미리 얘기하면 입궐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가볍게 넘겼다고 한다.

  •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 근정전 어좌와 일월오악도
경복궁 연제교와 근정문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자경전

경복궁의 내전은 왕과 왕비의 침전이 있는 곳으로, 왕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근정전에서 향오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강녕전은 왕의 침전이다. 강녕전에서 다시 양의문을 통과하면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나타난다.
교태전 뒤뜰에는 인공으로 만든 아미산과 육각기둥의 멋진 굴뚝이 있다. 아미산은 경회루의 연못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조성되었다. 교태전 근처에는 헌종(조선 24대 왕)의 어머니인 신정왕후를 위해 흥선대원군이 지어준 자경전이 있다. 자경전은 경복궁에서 가장 화려하고 세밀하게 지은 건축물이다. 서쪽 담장은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문양을 새겨 넣은 꽃담으로 이뤄져 있고, 뒤뜰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굴뚝이 세워져 있다.
이른 봄날. 교태전과 자경전 뒤뜰에는 새하얀 앵두꽃이 만발한다. 왕세자 시절의 문종(조선 5대 왕)은 경복궁 곳곳에 앵두나무를 심어 애지중지 보살폈다. 그리고 앵두가 익으면 아버지 세종(조선 4대 왕)에게 드릴 앵두를 직접 챙겼다. 이 같은 일화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교태전과 자경전 뒤뜰에는 몇 그루의 앵두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흥청망청’이란 말이 생겨난, 경회루

근정전과 함께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경회루는 왕과 신하들이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던 장소다. 경회루는 연산군 시절에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연산군은 전국에 채홍사를 보내 미색이 뛰어난 기생들인 ‘운평(運平)’을 관리하게 했다. 운평 가운데 궁궐로 들어온 기생들은 ‘흥청(興淸)’이라 불렀다. 연산군은 경회루를 비롯한 궁궐 곳곳에서 흥청들과 놀아났다. 결국 연산군은 왕위에서 물러나 31세의 나이로 강화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말이 ‘흥청망청’이다.

경복궁을 사이에 둔, 북촌과 서촌

서울 종로구의 북촌은 창경궁과 경복궁 사이의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도심형 한옥마을이다. ‘북촌’이라는 이름은 마을이 청계천과 종각 북쪽에 있다 해서 붙여졌다. 궁궐과 가까워 예전에는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서촌(세종마을) 역시 최근 들어 서울의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인왕산을 끼고 있는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북촌과 서촌은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북촌은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곳인 데 비해 서촌은 의관이나 역관(통역관), 화원, 악공 등 주로 중인들이 살았던 곳이다. 골목길도 북촌보다는 서촌이 좁고 구불구불한 편이다. 게다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서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조금 전에 지나온 길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 북촌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한옥 골목
  • 지금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 서촌의 대오서점

서울

서울에는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등 ‘5대 궁’이 있다. 이 가운데 경복궁은 조선 왕실의 법궁(가장 으뜸이 되는 궁궐)으로 많은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는 궁궐이다. ‘경복(景複)’은 중국의 시가집인 ‘시경’에 나오는 말로 “왕과 그 자손, 온 백성들이 태평성대의 큰 복을 누리기를 축원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경복궁을 둘러보는 데는 특별하게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겹치지 않게 미리 동선을 정해놓으면 탐방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먼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출발해 흥례문, 연제교, 근정문, 근정전을 지나 사정전까지 간다. 여기까지가 경복궁의 외전에 해당하는 구역이다. 그다음 내전인 강녕전, 교태전, 자경전 등을 둘러본 후 경회루와 향원정을 둘러보면 된다.

파리

개선문과 에펠탑

파리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개선문은 파리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높이 50m, 폭 45m 크기의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프랑스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836년에 세웠다. 3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나폴레옹과 빅토르 위고의 장례식을 치른 곳으로도 유명하다. 양쪽 기둥에 나선형 계단이 있어 꼭대기까지 올라가 파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개선문(드골 광장)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대로는 샹젤리제 거리다. 샹젤리제 거리는 본래 ‘여왕의 산책로’라 불리던 좁은 길이었으나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지금처럼 넓고 화려한 거리로 바뀌었다.
에펠탑은 파리 만국박람회(1889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약 300m 높이의 철탑이다. ‘에펠’이라는 이름은 이 탑을 설계한 프랑스의 토목기사 에펠의 이름을 딴 것이며 약 7,300톤의 철근이 사용되었다. 처음 이 철탑이 세워질 당시에는 소설가 모파상을 비롯한 상당수의 파리 시민들이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몽마르트르와 오페라하우스

파리에서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순수한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 곳은 몽마르트르다. 파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명소인 몽마르트르는 본래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뜻에서 그 지명이 유래되었다. 오늘날의 몽마르트르는 전 세계 무명화가들이 동경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한때 고흐, 로트렉,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몽마르트르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사크레쾨르 성당이다. 로마 비잔틴 양식의 흰색 건축물인 이 성당 입구에는 루이왕과 잔다르크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성당 근처에는 테르트르 광장이 있다. 바로 이곳이 몽마르트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붐비는 장소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는 프랑스의 문화를 상징하는 샹송, 연극, 발레, 오페라의 중심지다. 직접 공연은 보지 못하더라도 공연장 안에 들어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건물 외부에는 베토벤, 모차르트, 롯시니 등 모두 일곱 명의 음악가 흉상이 있어 더욱 무게감을 더한다. 공연장의 둥근 천장에는 샤갈의 프레스코화인 ‘꿈의 꽃다발’이 그려져 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세워져 있는 사크레쾨르 성당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은 본래 왕궁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현재 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13세기 무렵에 루브르궁이 있던 곳. 이 왕궁에 16세기에 이르러 프랑수아 1세와 루이 14세 등이 수집한 미술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박물관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은 크게 리슐리관, 슐리관, 드농관 등 모두 3개의 전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이 3개 전시관에 분산되어 있는 작품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 감상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려는 욕심 보다는 꼭 봐야 할 작품들 위주로 깊이 있게 감상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오르세 미술관이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서양 미술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상파(1870년대 태동)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고전 회화, 그 이후를 현대 회화로 구분한다.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하던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고전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본래 왕궁이었던 루브르 박물관
  • 몽마르트르의 중심지인 테르트르 광장
  • 샹젤리제의 노천 카페

파리의 지하철과 무명의 악사들

파리에서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미로처럼 구불구불 연결된 지하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듯한 스릴이 있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얼굴에서는 파리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파리 지하철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곳곳에서 꽤 수준 높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객차 또는 지하통로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은 바로 파리의 아마추어 악사들이 연주하는 소리다. 비록 악기 앞에다 동전 바구니를 놓고 연주를 하지만 이들은 엄격한 오디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해마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연주 허가를 받은 정식 연주자들인 것이다. 자신들이 준비한 레퍼토리를 자랑스럽게 연주하는 악사들의 연주를 감상한 후에는 작은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 좋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세느 강 유람선 투어

파리

프랑스의 여러 도시 가운데 여행자들의 마음을 가장 들뜨게 하는 도시는 이 나라의 수도인 파리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일지라도 마치 자장가처럼 들리는 샹송의 한 소절 정도는 읊조리고, 문학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를 쉽게 떠올린다. 그리고 파리에 가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도시의 상징물인 에펠탑과 개선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