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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인사이드
배틀트립
  • 통영 VS OSLO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경상남도 통영과 노르웨이 오슬로는 항구도시다. 두 곳 모두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통영은 군사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오슬로는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곳이기에 오래 전부터 전통문화의 계승이 가능했다. 그 중심에 12방이 있었다.
    12방은 삼도수군통제영의 관할 하에 있으면서 군수품이나 진상품, 일반 생활용품 등을 조달하던 곳이다. 오슬로는 피오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그 출발지로 많이 선택하는 도시다. 하지만 ‘북유럽 제1의 문화중심지’를 표방하는 오슬로에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 명소들도 많다.
예술의 도시
통영

통영은 독특한 정서와 문화를 간직한 고장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 임진왜란의 전승지인 한산대첩지, 국내 유일의 해저터널과 운하, 그리고 특별한 먹을거리인 충무김밥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문인과 예술가들도 많다. 유치환, 유치진, 김상옥, 김춘수, 박경리를 필두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과 김형근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천재 화가 이중섭은 6·25전쟁 당시 이곳으로 피난을 와 잠시 머물기도 했다.

  • 삼도수군통제영(세병관)

    삼도수군통제영은 1593년 한산도(한산진)에 처음 설치되었다.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이었으며, 전라좌수사(전라좌도수군절도사)를 겸직했다. 이후 삼도수군통제영은 1895년 폐영될 때까지 298년 동안 유지되었다.
    통영시 문화동에 있는 세병관(국보 제305호)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건물이다. 큰 규모의 이 건축물은 경복궁의 경회루, 여수의 진남관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로 손꼽힌다. 일제강점기 때는 이 세병관을 교실로 사용하면서 기둥에 홈을 파 칸막이를 했던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 세병관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시인 두보(712~770년)의 시 ‘세병마(洗兵馬)’에서 따왔다. 시의 한 구절인 ‘만하세병(挽河洗兵)’은 “은하수를 끌어다 모든 병기를 씻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충렬사

    통영시 명정동의 야트막한 언덕배기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는 충렬사가 있다. 충렬사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명물 두 개가 있다. 그 첫 번째 명물은 수령 약 300년으로 추정되는 두 그루의 동백나무다. 이 나무들은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충렬사에 이르는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두 번째 명물은 충렬사로 오르는 계단이다. 이 계단은 ‘소월의 후계자’로 불리던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백석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통영을 찾는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18살의 통영 아가씨 ‘란’이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그날 이후 백석은 ‘란’이를 보기 위해 여러 차례 통영을 찾는다. 하지만 ‘란’이를 만날 수 없어 크게 낙심한 백석은 낮술을 마신 채로 충렬사 계단에 앉아 즉흥시를 쓴다. 그 시의 제목이 ‘통영 2’다.

  • 박경리기념관

    박경리기념관은 최근 들어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통영에서 태어난 소설가 박경리는 ‘등신불’의 작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1955년에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박경리’라는 필명도 김동리 선생이 지어줬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인 ‘김약국의 딸들(1962년)’을 비롯해 ‘토지’, ‘파시’, ‘나비와 엉겅퀴’, ‘노을진 들녘’ 등이 있다.
    2010년 5월에 문을 연 박경리기념관에는 ‘토지’의 원본, 육필 원고, 강원도 원주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인 ‘작가와의 대화’, ‘김약국의 딸들’ 배경지인 통영의 옛 모습을 담은 축소모형 등이 있다. 야외의 잔디광장에는 박경리의 동상이 있고, 그 아래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박경리의 유고시집에 실려 있는 ‘옛날의 그 집’ 마지막 문장이다. 2011년에 경상남도 건축대상을 받은 박경리기념관 뒤편에는 박경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 전혁림미술관

    전혁림(1916~2010년)은 ‘한국적 색면추상’을 구사했던 화가다. 그는 부산미술전(1938년)에 출품한 ‘신화적 해변’, ‘월광’ 등이 입선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걸었다, 해방 이후에는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해 왕성하게 활동했다.
    전혁림미술관은 통영 용화사 입구의 통영시 봉평동에 자리 잡고 있다. 전혁림 화백이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집을 헐고 새로운 창조의 공간으로 2003년 5월에 개관했다. 건물의 외벽은 그 자체가 훌륭한 전시물이다. 전혁림 화백의 그림과 아들 전영근 화백의 그림을 7,500여 개의 세라믹 타일로 제작해서 통영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3층 전면의 벽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인 ‘창(Window)’을 세라믹 타일로 재구성한 대형 벽화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중심지
오슬로

오슬로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다. 오슬로의 역사는 거의 1,000년에 가깝다. 1050년에 노르웨이 바이킹의 마지막 왕이었던 하랄 하르드로데가 도시의 기반을 다진 것이 그 시초다. 그 후 1299년에 정식 수도가 되어 발전하다 한때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4세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크리스티아니아로 불리기도 했다. 오슬로라는 이름은 1925년 1월 1일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이름이 바뀌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덴마크의 지배도 종지부를 찍었다.

  • 뭉크미술관 & 국립미술관

    북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중심지인 오슬로는 깨끗한 이미지가 짙게 배어있는 도시다. 오슬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술관은 뭉크 미술관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뭉크가 기증한 수천 점의 회화, 데생, 습작 등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뭉크가 성장한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더듬을 수 있다. 오슬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국립미술관에는 자연, 전원풍경, 인물 등을 그린 노르웨이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피카소, 마티스, 세잔 등과 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15~16세기의 성화상, 로댕과 마욜의 조각품 등이 눈길을 끈다. 뭉크의 작품인 ‘절규’와 ‘마돈나’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오슬로 시청사

    오슬로 항 근처에는 오슬로의 상징물인 시청사가 세워져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쌍둥이 빌딩을 연상케 하는 이 건축물은 1931년에 공사를 시작해 오슬로 시 창립 900주년이 되던 해인 1950년에 완공되었다. 시청사 안에는 많은 그림과 벽화, 조각품들이 있어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24m×12.6m 크기의 대형 유화를 비롯해 뭉크의 작품인 ‘인생’,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묘사한 16개의 나무 조각품 등이 있다. 로비의 한 면을 차지하는 대형 유화(24m×12.6m) 속에서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엿볼 수 있다. 오슬로 시청사에서는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거행하고 있다. 2000년 12월 10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 프롱네르 공원

    오슬로 곳곳에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명소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오슬로 외곽에 있는 프롱네르 공원(일명 비겔란 조각공원)은 가볍게 산책을 하며 훌륭한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다. 프롱네르 공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들 대부분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작품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녀, 노인, 청년, 어린이 등과 같은 인물상이 주를 이룬다. 인물의 형상 외에도 심리상태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롱네르 공원의 얼굴이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거대한 모노리트(하나로 된 돌기둥)다.
    121명의 남녀노소가 뒤엉킨 채 나선형으로 조각되어 있는 17m 높이의 이 돌기둥은 오슬로가 전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명물이기도 하다.

  • 에케베르그 언덕 & 아케르스후스 요새

    오슬로는 북유럽 에코 투어의 전초기지와도 같은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오슬로에서 하루 정도의 일정을 마친 후, 곧바로 노르웨이 피오르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오슬로를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꼭 가보면 좋은 명소가 숨겨져 있다. 그곳이 바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인 뭉크와 관련이 있는 에케베르그 언덕이다. 해질 무렵. 친구와 함께 이 언덕길을 걷던 뭉크가 대표작 ‘절규’를 그리게 된 강한 영감을 얻은 장소다. 에케베르그 언덕에서는 평온한 모습의 오슬로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슬로 항 근처에 있는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스웨덴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구축한 난공불락의 방어시설이다. 최초의 공사는 호콘 5세(1270~1319년) 때인 1299년에 시작되었다. 르네상스양식의 외관은 크리스티안 4세 때인 17세기에 개축한 것이다.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는 가벼운 산책을 하며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