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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우크라이나 發
    후폭풍 거세지나?

    • 글.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지속된 서유럽국가들의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 기구) 가입 확대로 패권경쟁 조짐이 감지되던 가운데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교역량이 크지 않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후폭풍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보다는 미국 등 서유럽국가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국내산업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발생 배경

러시아, 나토 동진의 위기 의식 전쟁 촉발
나토는 서유럽 국가들이 소련 등 공산진영의 위협에 맞서고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미국과 맺은 안보협력체이다. 그런데 구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국가들의 꾸준한 가입으로 나토의 전선이 동진(東進)하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전 지역의 국경이 나토 회원국으로 에워싸이게 되었다. 특히 1999~2020년 중동유럽 14개 국가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이러한 위기의식은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구소련 붕괴를 계기로 1991년 분리·독립한 국가이다.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남한 면적의 5.8배)이며 비옥한 흑토(黑土)의 곡창지대와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의 기원인 키예프 대공국의 기원지여서 러시아와는 각별한 국가이다. 지리적으로는 발트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교차로에 위치해 러시아의 유럽 진출 관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토의 지속된 동진으로 유럽과 러시아 간에 유일한 완충지대가 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안보위기 의식을 촉발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당시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지만, 미국·영국·러시아 간의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했다. 반면에 자체 국방력은 충분하지 못해 외교·국방의 대외의존도는 높은 상태다. 그리고 외교노선은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 1991년 독립 이후 친서방 노선을 걸어오다가 2010년 친러 정부 집권을 계기로 친러로 선회한다. 그런데 2013년 친러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유로마이단)를 계기로 친서방 정책으로 복귀하는 등 친러와 친서방 사이를 오가는 행보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했다. 한편 지속된 동우크라이나 지역의 돈바스 전쟁(동부 반군세력이 분리·독립전쟁)으로 국방력도 약화된 상태이다.

나토 가입국가

경제제재가 러시아에 미친 영향

미국, 유럽 러시아 전방위 압박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동우크라이나 분쟁을 계기로 미국과 EU는 9년째 러시아에 대해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가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의 에너지·금융·방위산업 기업 등에 대한 금융제재 및 수출 제한, 관련 기업인과 정치인·고위관료의 입국금지·자산동결 등과 같은 조치들이다. 다만 제재 강도에 있어서 EU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취해왔다. 그 이유는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인 면과 더불어 EU의 취약한 에너지 수급구조를 꼽을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EU는 에너지원의 25%를 천연가스로 충당하는데,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즉 에너지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대 러시아 수입 비중이 EU 전체 평균으로는 36.0%이고, 탈원전을 가속화한 독일의 경우 55.2%에 달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지속되어 온 미국과 EU 경제제재 완화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4년 경제제재 시작 이전 기간(2000~2013년)에 연평균 4.9%에 달하던 GDP성장률은 제재 이후 기간(2015~2020년)에는 0.3%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EU국가 중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노드스트림2(Nord Stream 2) 가스 수송관을 지난해 하반기(2021. 9월)에 완공했지만 미국의 사용 승인 반대로 양국 간 운행은 중단된 상태이다. 이러한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는 지난 9년간 수입대체 산업 육성으로 버텨왔다. 그런데 이번 침공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은 교역, 금융, 기술이전,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들어갔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러시아 수출액의 절반(49%)을 차지한다. 따라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 거부는 매우 강력한 제재이다. 금융제재책으로는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러시아 은행의 참여를 배제하고, 해외자산에 대한 접근도 막았다. AI디지털 시대에 필수품인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대러 수출도 금지한다. 러시아 국적항공기의 미국과 유럽 영공 진입도 불허하였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은 러시아의 GDP 성장을 저해하고 자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의 관계

한-우크라이나 경제교류 수준 미미
우크라이나의 경제력은 2020년 GDP 기준으로 세계 55위(1,553억 달러), 1인당 GDP는 3,741달러이다. 농림어업이 GDP의 10%를 차지하는 농업국가이며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2013년 친러정책에 반대하는 유로마이단을 계기로 친서방 노선으로 선회했지만 이듬해인 2014년 크림사태와 돈바스 전쟁 등으로 반러·친러 세력 간 내부 다툼이 지속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 탓에 2013~14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세(3% 내외)로 반전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에 다시 마이너스 4.0% 성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크림전쟁 이후 러시아와 냉각기에 들어가면서 양국 간에는 식료품 금수조치, 자유무역 제한 등으로 대립 중이다. 한국과는 1992년 첫 외교를 수립한 뒤 두 명의 대통령(1996년 쿠즈마, 2006년 유센코)이 방한한 관계이며, 2021년 한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수출입 비중은 각각 0.09%, 0.05%이고, 지금까지 누적 투자규모는 3.1억 달러로 경제 교류 수준은 미약한 상황이다.

세계경제와 한국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

제조업, 원료 공급망 차질 예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와 곡물의 수출 대국이기 때문에, 서방의 경제제재는 국제 에너지·곡물의 수급차질과 가격상승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교란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원유·석유제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이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수출시장의 19.1%를 점유하고 있고 글로벌 옥수수, 밀·보리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16~28%에 달한다.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곡물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에너지·곡물발 공급망 교란에 취약할 소지가 있다. 이외 산업 및 대외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행히도 우크라이나와의 교역규모가 미미(2021년 기준, 수출입 비중 0.1% 미만)하고 대 러시아 교역규모도 전체 교역량의 2.2%(2021년 기준, 273.4억 달러)에 그친다. 이 때문에 당장 영향이 크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다만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체 가운데 러시아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중고차·24.4%), 화장품 (9.9%), 철강판(5.1%), 자동차부품(4.7%) 등에서는 피해 발생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다행스러운 소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포기와 정치적 중립선언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다. 그러나 양국 간 군사 대치가 길어질 경우 발생 가능한 악영향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이 경우 대 러시아 교역 비중이 높았던 산업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먼저 러시아에 위치한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전공장과 현대자동차의 생산시설이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 또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선박(2021년 말 수주잔량 32척)의 건조 지연 및 취소, 대금수취상 애로가 예상된다.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연료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러시아산 17%)하고 있어 비용부담 확대 및 생산차질 우려가 있다. 석유·화학부분도 러시아 의존도는 10% 이하라고는 하지만, 유가상승 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네온, 크립톤 등 희귀 가스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도 우려 대상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산업계 전 반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 원유를 포함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경제 전반에 물가상승, 경상수지 악화 그리고 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우리 경제의 충격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