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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인사이드
키워드 여행
  • 바다와 사막,
    그리고 봄꽃들의향연, 태안

    • 글·사진. 송일봉(여행작가)
  •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서해안. 그 한가운데에 배꼽처럼 테안반도가 툭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태안반도의 북쪽 지역에는 가로림만, 남쪽 지역에는 천수만이 있다. 태안반도 일대에는 바다가 만들어낸 생태여행지들이 많다. 자연풍광도 아름다워서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 유일의 ‘해안형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태안군 태안읍에는 백화산이 우뚝 솟아있다. 이 백화산을 중심으로 남쪽 지역과 북쪽 지역으로 구분해서 여행하면 좋다. 북쪽 지역에는 신두리 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 만리포해수욕장 등과 같은 명소들이 있다. 태안군의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인 이원면에는 숨겨진 벚꽃 명소인 ‘가제산 벚꽃길’도 있다. 그런가하면 태안군의 남쪽 지역에는 안면도를 중심으로 한 ‘바다여행지’들이 많다. 주요 명소로는 꽃지바닷가, 태안해변길 ‘노을길’, 천수만 등이 있다.
sand dunes
한반도의 유일한 사막
해안사구
백화산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백화산(해발 284m)은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백화산 정상 부분은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산꼭대기에 하얀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산 이름을 ‘백화산’이라고 붙였다.
백화산은 태안 사람들이 무척이나 아끼는 산이다. 태안 군민들이 뽑은 ‘태안8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을 정도다. 백화산 중턱에는 ‘태을암’이라 불리는 암자가 있다. 법당 건물을 최근에 새로 지어서 고풍스러운 멋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법당 오른쪽 샛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귀한 유물인 태안마애삼존불을 만날 수 있다.

태안마애삼존불은 ‘1불2보살’ 형식의 일반적인 삼존불과는 달리 ‘2불 1보살’ 형식을 띠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즉, 가운데에 관음보살을 모시고 왼쪽에는 석가여래, 오른쪽에는 약사여래를 모셨다. 이 같은 특이한 형식으로 인해 지난 2004년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태을암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바로 이 마애불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태을암은 불교사찰인데도 도교적 사상을 담은 흔적들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큰 바위다. 태을(태일)은 도교에서 ‘천제가 머물고 있는 태일성’을 의미하고, 동천은 ‘소통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따라서 태을동천은 ‘천제와 소통하는 신선이 사는 곳’이 되는 셈이다.

신두리 해안사구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안사구(바닷가 모래언덕)다. 해안사구는 모래가 바람에 날려 와 바닷가에 쌓이고, 비를 동반한 폭풍우가 심할 때는 모래가 바닷가로 쓸려 내려가는 반복 활동을 하면서 형성된다. 이 같은 활동은 내륙과 바닷가의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보호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 해안선을 지키는 ‘자연방파제’인 셈이다.
해안사구는 모래, 바람 외에 식물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모래에 긴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구식물들은 사구의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실제로 신두리 해안사구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뽑아낸 이후로 정상부분이 1m 이상 낮아진 적도 있었다. 현재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나무데크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당화, 모래지치, 순비기나무, 좀보리사초, 갯방풍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배후습지’는 해안사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연 걸작품이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내륙으로 1.5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두웅습지가 그 좋은 예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순환 활동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두웅습지는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다. 지난 2007년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천리포수목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되는 가곡 ‘4월의 노래’. 이 가곡을 듣고 있노라면 문득 4월의 ‘주인꽃’은 목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 ‘빛나는 꿈의 계절’ 4월에 다양한 종류의 목련꽃을 볼 수 있는 곳이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이다.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이라고 불렸던 민병갈(Carl FerrisMiller) 박사가 197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1979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한 고 민병갈 박사는 평생 꽃과 나무를 보살피다 2002년에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나무는 목련이다. 그래서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곳곳에 숨겨져 있는 목련꽃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목련꽃은 ‘불칸’과 ‘빅 버사’다.
진홍색 꽃잎이 인상적인 ‘불칸’의 이름은 로마신화에 ‘불의 신’으로 등장하는 ‘불카누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큰 연못가에 있는 큰별목련인 ‘빅 버사’는 만개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나무가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자라는 특성 때문에 낮은 곳에서 예쁜 분홍색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연못가를 예쁘게 물들이는 수선화무리도 천리포수목원이 주는 ‘4월의 선물’ 가운데 하나다.
천리포수목원의 서쪽 바닷가에는 약 1km 길이의 무장애탐방로인 ‘다 함께 나눔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탐방로에서는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낭새섬을 바라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큰 연못가
노을이 아름다운
바다
The Sea
꽃지바닷가

안면도는 태안반도의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섬의 형태는 가늘고 길다. 안면도의 서쪽 바닷가에는 꽃지, 백사장, 삼봉, 방포 등과 같은 멋진 ‘바다여행지’들이 있다. 이 가운데 꽃지바닷가가 가장널리 알려져 있다. 꽃지바닷가는 해질 무렵에 찾는 것이 좋다. 아치형 꽃다리에서 바라보는 할매바위와 할아비바위, 그리고 이 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가 무척 아름답다. 꽃지바닷가의 낙조는 변산반도 채석강, 강화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 3대 낙조’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는 걸어서 할매바위와 할아비바위까지 가볼 수 있다.
꽃지바닷가 근처에는 해마다 6~7월이면 노란색 꽃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rain Tree)’라고 표기하고 있다. 노란색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황금색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9~10월에 매달리는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염주나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꽃지바닷가의 ‘꽃지해안공원’에서는 해마다 4월과 5월 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튤립들을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맞춰 꽃축제도 열리는데, 올해는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릴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튤립하면 빨간색 꽃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빨간색 튤립뿐만 아니라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등 많은 종류의 튤립들을 볼 수 있다.

태안해변길 ‘노을길’

태안반도 해안선의 길이는 약 230km다. 이 가운데 경치가 아름다운 약 100km 구간은 ‘태안해변길’로 조성되어 있다. 탐방로는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 등 모두 일곱 개의 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태안해변길 대부분의 코스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조성되었다.
태안해변길의 여러 탐방로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5코스인 노을길이다. 노을길의 길이는 백사장항에서 꽃지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약 12km다. 일부 구간에는 고갯길을 넘는 곳도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체력과 취향에 따라 일부 구간을 선택해서 걸을 수도 있다. 노을길 코스 가운데 삼봉해변에서 창정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이름은 ‘사색의 길’이다. ‘사색의 길’ 구간은 오르막이 없는 평평한 탐방로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이 구간에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천사의 길’도 조성해 놓았다. 길이는 1,004m다.
노을길을 걷다 보면 숲속이나 바닷가 곳곳에 모래포집기(샌드펜스)와 비오톱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래포집기’는 파도에 밀려온 모래들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그리고 ‘비오톱’은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천수만

안면도의 동쪽 바닷가는 천수만과 맞닿아 있다.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천수만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1982년과 1984년에 각각 서해안 B지구 방조제와 A지구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에 좋은 보금자리가 있다. 두 개의 방조제 사이에는 간월도(서산시 부석면)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지금은 육지가 되어버린 ‘추억 속의 섬’이다. 간월도 하면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산 어리굴젓’의 명산지가 바로 간월도다.

간월도 앞바다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약 50m 길이의 자갈밭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섬에는 역시 작은 암자인 간월암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라고 해서 ‘간월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암자다. 이곳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천수만의 낙조와 달맞이가 무척 운치 있다.
하지만 간월암은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없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려야만 걸어서 간월암에 들어갈 수 있다.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 때문에 생긴 자연현상 때문이다. 물론 밀물 때 임시로 사용하는 작은 배가 있기는 하지만, 자연현상에 의해 암자의 문이 열리고 닫힌다는 올해는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릴 계획이다. 일반적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