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친구들이 조그만 무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묵은 숙소는 이층집으로 돼 있는 조그만 오두막으로, 바로 밑에 바다가 펼쳐진 아찔한 절벽 끝에 위치해 있었다.
그들이 휴가 3일차에 접어들 때 즈음, 갑작스러운 태풍이 섬을 덮쳤다.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폭풍에 그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심씨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날씨야말로 짜릿한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머지 네 사람은 너무 위험하다며 심씨를 말리고 그 제안을 거절했다. 한참이나 옥신각신하며 말다툼에 격분한 심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2층을 향해 쿵쿵대며 올라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1층에 남아 있었다. 심씨 혼자 2층으로 올라간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별안간 2층에서 심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사람들은 황급히 2층으로 향했다. 심씨는 테라스에서 사람들 쪽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오른쪽 발가락을 보니 피가 흥건했고, 그 옆 바닥에는 쥐덫이 놓여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다가갈 틈도 없이 뒷걸음질을 치던 심씨는 2층 난간에 부딪치며 뒤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추락해버렸다. 추락하던 그의 등 뒤에는 놀랍게도 서슬퍼런 날을 번뜩이는 잭나이프가 꽂혀있었다. 경찰은 함께 여행을 떠났던 4명의 동호회원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심문했다.
심씨가 2층에 올라간 후 저는 쭉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 욕조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제 취미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어요. 옷도 제대로 못 걸치고 급히 밖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2층으로 뛰어올라가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들을 따라 올라갔는데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심씨를 보았습니다. 그의 등에 칼이 꽂혀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김씨가 화장실에 있는 동안 저는 소설가 염씨와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밖에서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혹시 태풍이 몰아치는 날씨에 고양이가 떨고 있는 건가?’ 하고 바깥을 잠시 살펴보러 나갔어요. 그리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죠. 포기하고 다시 들어왔는 데 비명소리가 들렸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염씨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어요. 요리가 제 취미거든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했는데 이런 사단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얼마나 놀랐으면 재료를 썰다 말고 부엌칼을 든 채로 올라갔다니까요. 그것 때문에 형사들이 처음에는 저를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심씨 등에는 다른 칼이 꽂혀있었죠.
이씨 말이 맞아요. 이씨가 밖으로 나갔을 때 저는 다음 수를 생각하며 그 자리에 앉아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2층에서 비명소리가 났죠. 제가 앉아있던 자리가 바로 계단 옆이라 곧바로 올라가보니 심씨가 창가에 서 있었어요. 놀란 저는 움직일 수 없었고,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나서야 정신이 들어 다가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범인은 ‘소설가 염씨’이다. 그가 2층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쥐덫을 밟은 심씨가 비명을 지르자 염씨는 가장 빨리 올라가 심씨의 등에 칼을 꽂았다. 충격을 받은 심씨는 뒷걸음질을 치며 난간에 부딪쳤고, 뒤늦게 올라온 사업가 김씨는 심씨 등에 꽂힌 칼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씨와 송씨 역시 비명소리를 듣고 늦게 올라갔기 때문에 범인은 가장 먼저 2층에 올라간 염씨다.